크롬

"A fast, simple, and secure browser for all your devices."

— 구글이 크롬 최초 출시 만화와 함께 밝힌 지극히 세련되고 직관적인 슬로건.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독점을 무너뜨려 준 구세주였으나, 현재는 시장 점유율 70% 이상의 막강한 힘으로 웹 규격을 자기 멋대로 주무르는 새로운 웹 생태계의 빅브라더. 크롬 탭을 20개 넘게 켜놓고 코딩하다가 맥북이 비명을 지르며 뻗었을 때 비로소 램 업그레이드의 중요성을 눈물로 배웠다(...)

1. 개요

크롬은 구글이 개발하고 제공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프리웨어 웹 브라우저다. 2008년 당시 느려 터지고 온갖 보안 버그로 점철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웹 생태계를 좀먹고 있을 때, 구글이 자체 고안한 미친 속도의 자바스크립트 가속 엔진인 V8 엔진을 들고나와 전 세계 테크 판을 뒤흔들었다.

안정성을 위해 각 탭을 별개의 독립된 메모리 공간에서 구동하는 멀티 프로세스 아키텍처를 선구적으로 도입했고, 이는 웹 브라우저의 잦은 다운 현상을 비약적으로 개선했다. 그러나 이 혁신적인 아키텍처는 현대에 이르러 소중한 RAM 메모리를 미친 듯이 파먹는 사악한 부메랑으로 돌아와 수많은 유저들의 컴퓨터 리소스를 갉아먹고 있다.(...)

2. 크롬의 패권이 가져온 독점의 빛과 그림자

2.1. 개발자들의 영원한 놀이터, 크롬 개발자 도구 (DevTools)

크롬의 지배력이 견고해진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우수한 개발자 도구(F12) 덕분이다. 본문의 HTML/CSS를 실시간으로 주무르고, 자바스크립트 중단점(Breakpoint)을 잡고 콘솔 로그를 시원하게 분석할 수 있는 독보적인 편의성은 전 세계 모든 웹 개발자들을 크롬의 손아귀 안에 고착시켰다. 이 도구 하나 때문에라도 다른 브라우저로 완전히 이탈하기가 불가능한 수준이다.1

2.2. 크로미움(Chromium) 일색이 된 생태계의 공포

구글은 크롬의 핵심 뼈대 소스코드를 '크로미움(Chromium)'이라는 이름의 완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이 전략은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져, 경쟁사였던 마이크로소프트마저 굴욕적으로 자존심을 접고 IE와 구형 엣지를 버리고 크로미움 기반의 뉴 엣지(Edge) 브라우저로 전향하게 만들었다.

결국 현재 데스크톱 브라우저 시장에서 구글 크로미움 기반 엔진의 점유율이 80~90%에 육박하게 되었으며, 이는 구글이 합의하지 않는 기술 규격은 절대 표준 웹 기술이 될 수 없는 사실상의 '웹 제왕적 독과점' 시대를 다시 초래했다는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

3. 크롬 관련 유구한 인터넷 유행 밈

3.1. RAM 학살기 크롬

크롬의 멀티 프로세스 구조는 안정성에 탁월한 대신, 중복된 공유 리소스조차 개별 프로세스 메모리에 올려야 하므로 탭을 열 때마다 물리적 램이 갈려 나간다. 인터넷에는 크롬 로고가 컴퓨터 내부의 초록색 RAM 카드를 맛깔나게 우적우적 씹어 먹고 있는 괴물 모양의 패러디 짤방이 유행하고 있다. 이 메모리 과소비를 풍자하며 '크롬을 제대로 구동하려면 16GB는 부족하고 최소 32GB 이상의 램을 탑재하라'는 조롱 섞인 권유가 실무자들의 단골 넋두리다.(...)

3.2. 구글의 광고 차단 확장프로그램(Adblock) 사살 작전

구글의 핵심 수익 모델은 광고다. 그런데 사용자들이 크롬 확장 프로그램을 사용해 유튜브와 웹서핑 광고를 전부 차단하자, 구글은 크롬의 확장 프로그램 개발 규격을 기존 Manifest V2에서 V3로 개편하며 교묘하게 대규모 광고 차단 기능을 무력화하기 시작했다. 유저들은 '광고 회사가 브라우저 표준을 쥐고 흔드니 이런 만행을 부린다'며 분개하고 있으며, 대안으로 광고 차단 성능이 확실한 파이어폭스나 브레이브(Brave) 브라우저로 이주하는 난민 운동이 일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4. 여담

  • 크롬 아이콘의 숨겨진 이스터 에그: 크롬의 삼색 로고는 언뜻 보면 아주 평범한 플랫 디자인이지만, 일각에서는 포켓몬스터의 몬스터볼이나 고전 완구인 시몬(Simon) 게임기를 사칭한 것이 아니냐며 웃픈 드립을 치기도 했다.
  • 숨겨진 공룡 게임 (T-Rex Game): 인터넷 연결이 끊겼을 때 나타나는 '인터넷에 연결할 수 없습니다'라는 에러 페이지에서 스페이스바를 누르면, 귀여운 도트 그래픽의 티라노사우루스가 선인장을 점프해 피하는 고전 스타일 횡스크롤 게임이 시작된다. 인터넷이 끊겨 일하기 싫어진 개발자들에게 최고의 시간 루팡 수단으로 사랑받고 있다.2
  • 초고속 성장의 비결 V8: 크롬이 출시되기 전까지 브라우저의 JS 처리는 말 그대로 기어 다니는 수준이었다. 구글은 자바스크립트의 실행 속도를 기계어 컴파일러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가상 머신 최적화의 대가들을 납치해 V8 엔진을 개발했고, 이것이 너무 우수하여 훗날 서버에서도 자바스크립트를 돌릴 수 있게 만든 Node.js 탄생의 발판을 닦아주었다.

5. 관련 문서

각주

  1. 실제로 프론트엔드 최적화 업무의 대다수는 이 크롬 개발자 도구의 Performance 탭과 Lighthouse 지표를 보며 빨간 경고불을 초록불로 바꾸는 작업으로 흘러간다.

  2. 이 게임은 구글 본사의 크롬 오프라인 팀에서 개발했으며, '인터넷이 없던 공룡 시대로 돌아갔다'는 기발한 자조적 의미를 은유하고 있다.